꽃

산길을 가다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만났지

쉬운 표정으로 물었네

이름이 뭐냐고

꽃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냥 꽃이라고 불러 주세요

제 이름이 꽃이니까요

웃고 있었다. 

꽃이...

- 황 금찬 - 

청춘의 때에는 김춘수의 꽃이 내 마음에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고,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나의 존재감이 살아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삶에 더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면서 

그러나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50대를 훌쩍 뛰어넘어 보니 또 다른 꽃이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주어진 자리에서 그저 스스로 만족하고 사는 듯한, 그다지 의미에 목말라하지 않으며, 존재감에 무겁게 짓눌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피었다 지는 그 순간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그 자유함 .. 나는 새롭게 감동합니다. 

이제 영화에서 그러한 인물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나니아 연대기에서도 그런 자유함으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나아가는 한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바로 생쥐 리피치프였죠. 사자 아슬란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떤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죠. 

킹덤 오브 헤븐에서도 고프리(리암 니슨)를 호위하던 기사가 고프리의 죽음 이후 발리안을 호의하며 계속 그와 함께 전쟁을 하게 되었지만 발리안이 십자군 전쟁에서 물러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할 때도, 그는 마지막 전장을 향해 나아가며, 지금 가지 않아도 언젠가 죽음은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라며 태연하게 말을 타고 웃으며 전장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천로역정(애니메이션)에서도 소망이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거대한 물벽 앞에서 크리스천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소망은 담대하게 그 물벽을 향해 자신을 던집니다.

그들은 모두 조연이었지만 주연 못지않게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 캐릭터였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모두가 자유함이라고 봅니다. 

인생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존재감을 찾으려 할 때, 우리는 어둠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한 마리 길잃은 어린 양이 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하나님의 그림 안에서 우리를 바라본다면, 그 분 안에서 형성되고 있는 우리의 존재감을 다시 찾게 되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세상에서의 존재감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자유함을 누릴 수 있을까요? 주님을 바라볼 때! 주님이 주시는 소망을 바라볼 때!

모두가 그런 용맹을 타고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죽음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님 안에서, 주님을 바라볼 때뿐일 것입니다. 

오늘은 시 한 편을 읽으며 그 시 안에서 주님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