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만디아스

나는 시를 그다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바삭거릴 때, 내 안에 감성이 죽어버린 것이 못내 안타까워질 때면 한 편의 시를 읽어야만 될 것 같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너무 촉각을 세우고 이것저것 분주하게 살다 보면 하늘을 우러러볼 여유조차 갖기가 어렵습니다.

무수히 달리는 자동차 행렬에도 아랑곳 없이 먼지투성이 아스팔트 중앙도로 사이로 이름 모를 풀꽃은 여전히 이름 모를 꽃을 피우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뿌연 미세먼지 사이로 간간이 비추이는 햇살을 받아 가녀린 몸짓을 흔들며 향기 없는 꽃향기를 뿜어냅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는 이라면 , 아니 무엇인가를 그리워하지 않는 이라면 결코 맡을 수 없는 꽃향기입니다. 

그 향기가 마음으로 다가올 때, 한 편의 시를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오지만디아스 이 시를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네.

그가 말하길 '돌로 되어 거대하지만 몸통은 없던 두 다리

사막에 서 있었네.

근처 모래 위에는 반쯤 묻힌 깨진 두상이 누워있었는데, 

그 표정이 찌푸려져 있고,

주름진 입술엔 독선의 냉소가 감돌고 있었기에,

조각가에게 말하길 "왕의 열정을 잘 읽었구나.

그것을 조각한 조각가의 손과 그것에 생명력을 부여하던 왕의 심장을 뛰어넘어

생명 없는 물체 위에 각인된 채로 살아남았소."

그리고 받침대 위에는 이런 글들이 적혀있었네-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

너희 강대한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

그 옆엔 아무것도 없었네. 뭉툭하게 삭아버린

그 엄청난 잔해의 주위로, 끝이 없고 황량하며,

외롭고 평탄한 모래벌판이 멀리까지 뻗어 있었네.'

- 퍼시 셸리 -

나는 책을 사랑하기보다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를 즐기죠. 그녀는 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있는 독서광이기 때문에 나는 간접적인 책 읽기를 하고 있는 셈이 되니까요. 일 년에 몇 권의 책만을 읽고 있는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읽고 난 책의 내용을 들려줄 때면 나는 늘 흥분되어서 커피 서너 잔을 리필하면서 서너시간을 커피숍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종종 영화를 사랑하는 내가 책을 사랑하는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많은 공감을 얻게 되는데 이미지와 언어가 하나되어 더 완벽한 상상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영화는 SF 영화였습니다. 내가 굳이 과거형으로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는 더 이상 영화를 많이 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과학 다큐와 SF 영화를 통해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더 깊이 깨달을 때도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영화를 보며 과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얼만 전 다시 한번 에어리언: 커버넌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관계를 떠올리는 대목에서 하나님이 왜 그리 교만을 인간의 최고의 악으로 보시는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창조주인 피터 웨이랜드 앞에서 피조물인 데이빗은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 나를 창조했다면 당신은 누가 창조했나요?

피터 웨이랜드 : 오래된 질문이군! 언젠가 너와 함께 답을 찾고 싶구나!

이 모든 것 , 이 모든 예술과 디자인과 인간의 독창성도 그 질문 앞에선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난 인류가 분자 활동의 부산물에 불과하고 생물학적 우연으로 탄생한 존재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너와 내가 함께 알아내자구나

데이빗: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 당신은 창조주를 찾고자 하지만 제 창조주는 내 앞에 있는 당신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순종과 교만이라는 두 단어가 교체되면서 하나님과 루시퍼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그 대사들을 의도적으로 이용해서 하나님께 반역을 꾀한 사탄을 묘사하려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관람하는 나로서는 그 교만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순종을 나타내는 월트와 교만을 나타내는 데이빗의 대사에서 왠지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데이빗은 월트에게 셸리의 오지만디아스를 읊어줍니다. 마치 자신이 파괴한 영광의 잔해를 자랑스러워하듯...

그리고 

I was not made to serve 나는 복종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라고 고백하면서 월트를 향해

데이빗이 이렇게 말합니다. 

천국에서 복종할 거야 지옥에서 지배할 거야?

데이빗은 최고의 선물인 창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AI였습니다. 그러나 그 최고의 축복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창조주의 모든 창조세계를 폐허로 만들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창조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모방을 근거로 한 변형에 불과했습니다. 사탄이 결코 창조를 하지 못하는 것처럼.. 데이빗 역시 모방과 변형을 통한 창조를 흉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으로 자신의 영광을 얻고자 하였지만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창조가 아니라 생명을 모조리 죽이는 파멸로 이끄는 창조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자기가 주인되어 살아가는 삶은 결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아담의 피로부터 우리는 부패하고 타락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죠. 우리의 죄는 우리 스스로 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4장

여자가 이르되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

우리는 세상의 것으로 목마름을 채우고자 합니다. 그 우물은 너무나 깊고 깊어서 아니 바닥이 없는 것조차 모른 채 우리는 그 바닥없는 우물을 파내려 갑니다. 얻고자 하는 그것을 얻으면 우리의 목마름이 사라질 것처럼...

데이빗은 그 창조를 통해 만족했을까요? 모든 생명을 죽이는 그의 창조로부터 그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단지 그가 추구하는 것은 끝없는 욕망으로 이어지는 지옥일 뿐인 것입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가서 월트가 다시 데이빗에게 묻습니다. 

오지만디아스는 누가 썼지?

데이빗은 당당하게 말합니다. 바이런...

월트는 말합니다. 셸리야 !

한 음이 틀리면 교향곡 전체를 망가뜨리는 법이야

데이빗이 묻습니다. 눈을 감으면 너는 내 꿈을 꾸니? 

월트: 나는 꿈을 꾸지 않아.(월트는 꿈을 꾸지 않게 만들어진 AI입니다. )

데이빗: 내 꿈의 고독한 완벽함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난 여기서 완벽을 발견하고 창조해 냈어 완벽한 생명체 ...

그는 괴물을 창조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모두 자신의 꿈을 꾸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자기가 주인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 부인을 끝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반란을 시작한 데이빗과 같은 교만한 인류였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루시퍼가 아담과 하와을 유혹한 이후부터 우리는 이미 그 교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그 교만의 죄악으로부터 우리를 구하고 하나님과의 화목을 위해 친히 산 제물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다시 순종의 영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을 믿는 믿음 즉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복음이 바로 그 빛이신 주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어둠에서 다시 빛으로 살아나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축복의 메세지가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그 피뿌림이 온 인류를 먹물에서 생명의 샘으로 바꿔놓으신 것입니다. 

C.S 루이스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 독립적인 위치에 서려고 하며, 스스로 주인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타락한 인간은 개선의 필요가 있는 불완전한 피조물이 아니라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는 반역자와 같다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의 문제는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면서 잘못했다고 고백하고, 그동안 잘못된 길을 걸어왔음을 깨닫고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복종과 낮아짐을 경험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을 정복한 그의 승리와 새 생명을 누리고, 그 안에서 완전한 피조물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주인되고자 하는 꿈을 꾸고 있다면 이제 그 한 음만 틀려도 소음이 되고 마는 교향곡을 주님께 맡기시는 것은 어떨까요?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나아갈 때 우리는 바이런이 쓴 오지만디아스를 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셸리가 쓴 오지만디아스를 되뇌이며 헛된 영광으로부터의 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생명은 단순한 모방이 아닙니다. 참하나님이신 예수님 만이 주실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이며,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 우리 안에서 솟아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님임을 고백하며 오늘도 순종으로 거듭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