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으로 비치는 야경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해 잠겨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불금을 놓치면 큰 일이라도 날듯 친구들과 의미 없는 술잔을 기울이며 건배를 외치며 살았었는데..

예수님을 알기 전 나는 소리 없이 흐르는 내 안의 고독을 그렇게 풀어내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허무감은 요란스러운 친구들과의 시간의 잔재가 사라지기도 전에 곧 정체를 드러내곤 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나는 예수님을 만나 그 허무의 정체를 압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 허무의 공간은 바로 하나님만이 채워주실 수 있는 것입니다. 

한 주 동안 나는 끊임없이 영적 씨름을 합니다. 물질의 세계가 내 눈앞에서 나를 유혹하고 시험하는 가운데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게으른 본성까지 여전히 나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그런 일주일의 삶 속에서 금요철야 예배는 내게 특별한 날입니다. 아직 옛사람의 때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나로서는 금요일은 새로운 생수를 공급받는 날이며 주님의 임재 안에서 내 영혼을 짓누르고 있던 무게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날입니다. 

오늘은 고린도전서 4장 말씀으로 주님이 내게 새로운 은혜를 주셨습니다. 내가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때는 고린도전서 13장을 읽고, 아! 고린도 교회는 사랑이 넘치는 교회였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강해를 들으면서 고린도교회에서 부족한 것이 사랑이었기 때문에 사도 바울이 끊임없이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린도전서 4장 8절 

너희가 이미 배부르며 이미 풍성하며

우리 없이도 왕이 되었도다 우리가 너희와 함께 왕 노릇

하기 위하여 참으로 너희가 왕이 되기를 원하노라 

내가 생각하건대  하나님이 사도인  우리를 

죽이기로  작정된 자 같이 끄트머리에

두셨으매 우리는 세계 곧 천사와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노라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으나 

너희는 그리스도 안에서 지혜롭고 

우리는 약하나 너희는 강하고  너희는

존귀하나 우리는 비천하여 

바로  이 시각까지 우리가 주리고  목마르며

헐벗고 매맞으며 정처가 없고

또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모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박해를 받은즉 

참고 

오늘 이 본문 말씀을 들으면서 고린도교회 사람들과 구약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너무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시내산에 하나님을 만나러 간 사이에 백성들과 아론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모세의 분노에 아론이 변명을 하는데 참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놓게 됩니다. 

출애굽기 32장 21-24

모세가 아론에게 이르되 이 백성이 당신에게 어떻게

하였기에 당신이 그들을 큰 죄에 빠지게 하였느냐 

아론이 이르되 내 주여 노하지 마소서 이 백성의

악함을 당신이 아나이다. 

그들이 내게 말하기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노라 하기에 

내가 그들에게 이르기를 금이 있는 자는

빼내라 한즉 그들이 그것을 내게로 가져왔기로

내가 불에 던졌더니 이 송아지가 나왔나이다.

아론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32장 4절에 보시면 

아론이 그들의 손에서 금 고리를 받아 부어서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드니 

하물며 아론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금송아지를 야훼라고까지 불렀습니다.

왜일까요? 금송아지는 분명 애굽을 상징하는 형상의 우상인데 왜 야훼라고 불렀을까요? 

이런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의 기적을 보고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권능을 잘 알고 있는 백성으로서 하나님을 떠날 생각은 추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자니 너무 부담이 되었고 거룩한 하나님의 성품을 닮고 싶은 마음은 사실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을 속이고 또 하나님을 속이면서 두 가지 복을 누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세상에서의 행복과 하나님이 주시는 복...

하나님의 자녀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죄는 하나님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의 찌꺼기는 깨끗하게 씻어야지만 주님과 동행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 고린도 교회 사람들과 광야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원하는 우상을 만들어 놓고 하나님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애굽 문화 속에서 배여든 모든 즐거움은 여전히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린도 교회 사람들 역시 로마 문화 속에서 배운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지성인답게 수사학을 즐기는 아볼로를 경외하면서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유창하게 철학적으로 풀어주는 그 설교에 감동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서로 경쟁적으로 자랑하면서 분쟁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죠. 그들이 서로 비방하고 싸우고 있을 때 고린도 교회 가운데 계신 주님의 눈빛은 어땠을까요? 

자랑에서 획 하나를 지우면 사랑이 됩니다. 맨 앞에 있는 글자에서 자신을 내려놓는다면 우리는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 (고린도전서 13장 3절)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우리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을뿐더러 서로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요철야 예배가 끝나고 기도 시간이 되었을 때 본문 말씀을 붙들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왜 내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자꾸만 뒷걸음 치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일으켜 주시고 변화시켜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가운데 내 안의 무의식의 반응인지 성령님의 음성인지 알 수 없지만 내면에서 이런 메시지가 들렸습니다. 

"너는 나보다 사랑하는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한 내가 네 안에서 역사할 수 없구나! 너는 나를 의지한다면서 키는 네가 쥐고 있구나! 그 키를 내게 다오. "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돈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 나로서는 투자에 대한 사이트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럴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음에도 그것 또한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며 고의적으로 성령님의 생각을 무시하며 살아왔습니다. 

주님은 연이어 말씀하셨습니다. 

네 힘으로 살고 싶니? 그러면 계속 붙들고 살아라! 나는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두 빰에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나는 주님께 고백했습니다. 주님 용서해 주세요. 이제 그것 내려놓을게요. 주님이 나를 이끄시는 대로 나아갈게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갈게요. 이제 책임져 주세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나의 바램이었던 소원을 슬그머니 주님 앞에 내려놓으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주님, 주님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방언의 은사라든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주님께 찬양을 올려드릴 수 있는 은사라든가 주님을 더 섬길 수 있는 많은 은사가 있는데 제게는 아무 은사도 없어요. 그런 은사가 주어지면 저도 주님께 더 헌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절 주절.. 그런 가운데 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냐? 네게 은사가 있으면 나를 더 섬기고 더 많은 헌신을 할 수 있을 것 같냐?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너의 마음을 원할 뿐이다. 네게 아무것도 없을 때 네가 나를 더욱더 사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섬김이 되느니라! 

오 주님, 주님 한 분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목소리는 아름답지 않아도, 음정이 틀리고 박자가 어긋날지라도, 누구나 다 가진 그 입술로, 소리 높어 힘차게 주님을 찬양하며 사랑하겠습니다. 

금요예배는 내가 주님을 더 깊이 만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어두운 부분까지 주님은 밝혀주시며 만져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이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의 변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나를 주님은 밀착해서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