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작은 일상이 반복되는 인생이든 대의를 위한 위대한 삶이든 나름 삶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새로운 하루를 살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곁에 함께 하는 가족들, 친구들, 여러 사람들로부터의 위로를 받으며 때로는 그들이 주는 공감으로, 때로는 그들로부터 오는 격려로 용기를 내어 힘든 무릎을 일으켜 세우며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걸을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걸을 힘이 없어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삶을 지속해 나갑니다. 

어제 한 편의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반제의 제왕, 이 영화를 보면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그 한 캐릭터 한 캐릭터가 다 개성이 너무 강해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간달프와 골룸입니다. 간달프를 보면 왠지 우리 예수님같이 푸근하게 느껴지고 의지가 되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톨킨이 그런 의도로 인물을 써 갔는지 모르겠지만 간달프가 있기에 선한 여정이 지속되는 것 같고 그 여정의 싸움이 십자가를 상징하는 선한 의지의 싸움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골룸은 선한 인물로써 묘사되고 있지는 않지만 왠지 탐심과 양심의 두 소리에 갈등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연민이 느껴지게 됩니다. 탐심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잠재하고 있는 악으로써 우리를 장악해버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와 같은 상황에서 탐심을 다스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고 나 스스로 그런 유혹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골룸의 대사를 들을 때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선한 생각과 악한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도 한때는 평범한 호빗이었는데 ...

프로도와 샘을 보고 있으면 마치 다윗과 요나단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샘은 요나단을 떠올리게 만들고 프로도는 다윗을 떠올리게 합니다. 

프로도가 위대한 임무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천성적으로 따뜻한 성품을 가진 소박한 정원사였던 절친, 샘의 헌신적인 우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요나단이 하나님 안에서 우정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처럼 샘 역시 프로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프로도는 이 세상이 악에 의해 점령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모르도르로 향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반지 원정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들은 모두 어둠의 권세가 세상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을 위해 목숨을 걸게 됩니다. 

우리가 살기를 바랄 때 두려움이 먼저 찾아와 그 선한 싸움에서 물러서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면 악이 세상을 차지하게 된다면 어둠의 그림자만 가득할 뿐 그 파괴적인 힘으로 생명을 모두 죽이고 말 것이기 때문에 나 한 사람 목숨을 살린다 해도 그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피핀과 메리가 엔트들을 설득하게 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엔트의 마음을 자극해 싸움에 참여하게 만든 것이라고 봅니다. 세상이 파괴되면 숲도 사라지고 나무도 사라질 테니까요.

또 아라곤과 레골라스는 항상 죽음 앞에서 자신의 생명보다 더 큰 세계를 바라보며 죽기로 한 듯이 모든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는데 다윗이 엘라 골짜기에서 골리앗과 대결할 때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아가노라 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담대하게 나아간 것 처럼 아라곤과 레골라스도 선이라는 이름으로 악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간 것이라고 봅니다. 

생명체를 모두 파괴하면서까지 권력을 가져 이 세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마술사, 사루만의 권력욕을 보면 마치 모든 것을 태우면서 자기 스스로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루시퍼의 야욕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절대권력을 차지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파괴해도 된다는 그 강한 파괴력과 잔인성, 과연 그 악은 작은 생명체에는 조금의 연민도 가지지 않고 어둠만이 깔린 삭막한 세계로 만들어 갈 뿐이었습니다.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모든 자연을 다 쓸어버리고 잘라 버리는 마법사 사루만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작은 풀 한 포기, 한 그루의 나무를 살피는 일보다 경제성장과 사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아니 도시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은 다 베어버리고 쓸어버리고 삭막한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혹 아닌가? 

우리는 지금 내 이마 위의 땀방울을 식혀주는 6월의 선선한 한 줄기 바람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폭풍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길가에 핀 작은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아스팔트 위에서 작고 귀여운 꽃을 피우고 있을 때 그 꽃을 보고 우리는 과연 감탄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그런 것에는 이미 관심을 버린 지 오래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컴퓨터 모니터나 혹은 핸드폰으로부터 오는 잡다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세상 소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것도 아니면 현대의 가장 큰 우상, 맘몬신, 돈을 버는 일에 온 신경을 쓰면서 잠 못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 나이가 50을 훌쩍 넘은지 오래되어 가면서 이제는 육신의 연약함으로 하루하루 마치 회귀본능으로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치고 올라가는 것과 같이 매일매일 예전의 두 배의 힘이 요구되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지의 제왕의 여정처럼 영생을 얻기 위한 인생의 여정에 서 있는 것이고 그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이 끝없이 죄와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합니다. 그것은 생명과 죽음의 싸움이기에 단 하루도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귀는 근신하지 않고 깨어 있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을 겨냥해서 한 입에 삼키려 우는 사자같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때로는 이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임무에 지쳐버린 프로도가 간달프에게 잠시 자신의 약해진 마음을 호소하는 장면에서처럼 ..

프로도 : 반지가 제게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런 일이 내게 안 일어났으면 .. 

그때 간달프가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그런 일을 겪게 된단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뿐이지

이 세상에는 악의 의지 외에도 많은 힘이 존재해 

빌보가 반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면, 너 역시 반지를 갖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용기가 나잖니? 

“Frodo: I wish the Ring had never come to me. I wish none of this had happened.

Gandalf: So do all who live to see such times, but that is not for them to decide. 

All we have to decide is what to do with the time that is given to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