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냉기를 느끼게 하는 금요일 저녁, 금요 철야 예배를 향해 나아가는 나의 발걸음은 흥분으로 고조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나의 지친 영혼을 살려 주실까?

늘 기대되지만 오늘은 유난히 육신의 연약함으로 인한 내 마음이 하나님의 말씀을 더 갈급해 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자 로마서 12장 3절의 말씀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한 지체로서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 오직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지혜롭게 생각하라 라는 사도바울의 말씀을 인용하고 계셨습니다.

"생각할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라"  왠지 그 말씀이 내 안에서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습니다.

인간인지라 그럴 수 있겠구나! 아직 헌신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저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교만이겠지만 오랜 기간을 주님을 섬기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우리는 세상 속에서 만들어진 일반적인 공동체가 아닌 그리스도 예수 님 안에서 한 몸에 속한 지체로서 예수님을 통해 영적 양식을 공급받는 사람이므로 서로 함께 상호 공존해야 하는 것일 텐데..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 공동체의 질서는 무너지고 분쟁이 싹틀 수 있는 것이구나

오늘날 교회가 종종 분쟁을 일으키는 문제 중에 하나로써 교만에 대한 목사님의 경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 저는 항상 교회분들이 다양한 은사를 가지고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 것을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강력하게 반응하며 아멘! 아멘! 하고 소리치는 집사님과 권사님들,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지만 항상 부러워하며 나도 자신감 있게 아멘 하고 소리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나의 믿음이 더 자라나고 내 안에서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더 쌓이게 된다면 저절로 강력한 아멘 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기도에 대한 은사입니다. 금요철야 기도 때 열정적으로 기도하시는 분들을 보면 기도에 대한 간절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 저도 저들처럼 뜨겁게 기도할 수 있도록 성령의 불을 내려 주옵소서,  아무리 기를 쓰고 기도를 해도 제 몸은 뜨거워지지 않고 점점 더 차분해질 뿐이었습니다.

노래를 잘하시는 분들이 무대에서 찬양을 할 때 역시 또 부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꾀꼬리같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드리면 하나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밝은 미소와 편안한 분위기로 사람을 맞아 주시는 분들, 그들의 은사 역시 부럽습니다, 피아노를 잘 치시는 분, 모두가 각자의 은사를 가지고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 것을 보면 늘 부러워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목사님의 말씀 중에 우리 모두를 하나의 큰 그림 속에 있는 퍼즐 조각으로 비유하시면서 그 하나라도 빠지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꼭 그 퍼즐 조각이 다 필요하게 된다는 비유를 해 주셨습니다. 

아! 비록 구석진 곳에 있는 퍼즐 조각이지만 내가 없으면 퍼즐의 그림이 완성이 안되는구나! 그래 어떻게든 기를 쓰고 우리 공동체의 퍼즐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나의 작은 자리가 그렇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정말 기뻤습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 반칠환 -

각자의 분량대로 최선을 다하면 결국 믿음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바위를 따로 떼어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마 많은 은사를 가지고 사람들의 시선은 받지 않았지만 변함없이 묵묵히 지켜온 믿음을 칭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갑자기 반칠환 씨의 시가 떠올랐습니다.